이준석은?
1974년 서울 출생. 병약하고 내성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삼미 슈퍼스타즈를 응원했고, 이로 인해 남들보다 현저히 낮은 자존감을 안고 살게 된다. 입시에서 운 좋게 살아남아 대학생활을 시작한 게 1994년. 전공은 미학이었으나, 공부는 자본론과 외국어 말고는 좀처럼 재미를 못 붙였다. 대학만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던 선생님들에게는 아직도 원한이 남아 있다. 다른 신경 쓸 일 없이 문제집을 풀면 되던 때와는 반대로, 사방에 널린 것이 정답도 없는 고민거리들이었고, 도망칠 곳은 군대 말곤 없었다.
복학 후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보려고 수강한 과목이 마침 라틴어. 성적은 여전히 좋지 않았으나 마치 홀린 사람처럼 고대 희랍어, 희랍비극 등에 빠져들며 대학원에서 고전문헌학을 전공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으로 석사논문을 마치고 내친 김에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2008년 스위스 바젤로 건너가 꼬박 7년 동안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로 박사논문을 쓴다. 비싼 나라에서 궁핍은 늘 면키 어려웠으나, 읽고 싶은 것을 읽고 풀고 싶은 문제에 달려드는 사치 역시 동시에 누렸다. 물론 이것이 부모님과 아내의 희생 덕이라는 것을 안 건 나중 일이다.
2015년 여름, 다시 돌아온 서울에서 고대그리스 문학과 철학, 라틴어 등을 가르치는 지식노동자로 지내다가 2018년 3월, 어머니의 모교에서, 문화교양학과에서 일하게 된다.
호메로스, 소포클레스 외에도 플라톤, 헬레니즘 철학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뒤늦게 알게 된 육아와 가사도 즐겁게 배우고 있다. 지금은 히어로즈를 응원하고, 가족과 야구를 보고 냉면을 나눠먹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사리 추가는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