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762070

나의 사랑 버스, 지하철, 기차

작성자
이상영
조회수
69
등록일
2025.08.16
수정일
2025.08.18

나의 사랑 버스, 지하철, 기차




그래도 오늘은 천만 다행이다
2호선 순환 지하철이라!
여지 없이 푹 잤다

밤에 누워서는 그렇게도 안 오던 잠이
여기에 있기만 하면
예상치 못한 행운처럼 쑥 다가온다
내릴 곳을 훨씬 지나쳐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속 답답해도
나는 잘 잔 것만으로도
개운하다

5-60년 전이리라
어머니와 전차나 버스를 타고
어딘가를 가는 것이 정말 좋았다
한가지 어머니가 미운 것이 있었다
전차 타고 버스 타면
형이랑 나는 금방 잠을 잤다
한참 자고 있을 때
어머니가 깨웠다
아가야, 다음에 내린다, 얼릉 일어나라
눈을 뜨면 다음이 아니라 다다음이었다
다음까지는 잘 수 있는데
다음까지 자겠다고 버텼다
그러다 다다음에서
잠의 달콤함이 등짝의 쓰라림으로 바뀌고서야
나의 사랑 전차, 버스를 떠나보냈다

이제는
누워서 잠을 잘 못 잔다
부시럭거림에 하루 잠이 다 달아난다
잠자리 전에 슬쩍 본 뉴스가 잠을 막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잠은
원래 정해져있는 듯하다
1호선을 타고 천안이나 인천까지
4호선를 타고 정말 낯설은 오이도까지
5호선을 타고 방화까지
조금 다행인 것은 2호선를 타고 빙빙 돌기까지
버스를 타면 무조건 도봉이나 오류동까지

자고자 하면 말똥말똥 할 것이며.
씩씩하게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푹 잘 것이다

나의 사랑 버스, 나의 사랑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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