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718231

간판 없는 순대국밥집

작성자
이상영
조회수
169
등록일
2024.09.12
수정일
2024.09.12

간판 없는 순대국밥집


 

어제 그제 가고 싶었다

이 더위가 좀 가시면

낮술이 절묘하게 어울리면

아니, 그냥 새벽부터 점심에 가리다 불쑥 생각나고 잊혀지지 않으면

가리다 했다

 

늘 속이 안 좋았다

뭘 먹는 것보다 넘어 뛰는 것이 편한 속이다

점심, 낮술 반주가 속을 달래주면 은인 만나 듯 신이났다

꾹꾹 말아서 오른손 엄지를 한 토막 담궈 툭 던져주던

그 국밥에 내 속이 평화를 얻었다

다툼이 있는 곳에 평화가!

 

두 번을 꺽어서 모퉁이를 돌면

목화꽃 앞에 선환자들이 서있어야 한다

아무도 없다

발끝이 서늘해졌다

더운 날이니 그저 잠시 휴가라면 좋았을 것

개폐도 잘 안 되는 창문 밑에

작은 들국화 조화(弔花)

맞은편 목화꽃은 씩씩하게 피었는데

"왔어?" 문이 안 열린다

 

없다 안 계신다 닫혔다

닫힌 듯 하지만, 열렸던 그 문이 꽉 잠겼다

 

평화가 닫혔다

밥이 없다

그저 폐허다

 

나에게 평화를 주셨던

그 분을 위해

다툼을 마셨다

넘어가서 그 평화를 만나면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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