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는 순대국밥집
어제 그제 가고 싶었다
이 더위가 좀 가시면
낮술이 절묘하게 어울리면
아니, 그냥 새벽부터 점심에 가리다 불쑥 생각나고 잊혀지지 않으면
가리다 했다
늘 속이 안 좋았다
뭘 먹는 것보다 넘어 뛰는 것이 편한 속이다
점심, 낮술 반주가 속을 달래주면 은인 만나 듯 신이났다
꾹꾹 말아서 오른손 엄지를 한 토막 담궈 툭 던져주던
그 국밥에 내 속이 평화를 얻었다
다툼이 있는 곳에 평화가!
두 번을 꺽어서 모퉁이를 돌면
목화꽃 앞에 선환자들이 서있어야 한다
아무도 없다
발끝이 서늘해졌다
더운 날이니 그저 잠시 휴가라면 좋았을 것
개폐도 잘 안 되는 창문 밑에
작은 들국화 조화(弔花)
맞은편 목화꽃은 씩씩하게 피었는데
"왔어?" 문이 안 열린다
없다 안 계신다 닫혔다
닫힌 듯 하지만, 열렸던 그 문이 꽉 잠겼다
평화가 닫혔다
밥이 없다
그저 폐허다
나에게 평화를 주셨던
그 분을 위해
다툼을 마셨다
넘어가서 그 평화를 만나면
"왔어?"